2017 CR Collective Summer 전시 공모 선정 ‘이지유 개인전 : Sea Route’

제주도에서 태어나 자란 이지유는 현재 부동산의 가격상승과 함께 지상낙원의 휴양지로 변해가는 제주도를 바라보며 가슴이 먹먹하다. 그녀가 바라보는 제주도는 그냥 단 순히 화려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1948년의 비극인 제주 4.3사건,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 일제강점기-남북분단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 생이별해야 했던 비운의 여인 해녀 양 씨 할머니의 개인사에 이른다. 작가는 일제강점기에 일본과 제주도 주변의 바다에서 물질하던 해녀에게 국가라는 경계는 어떤 것이고, 남북경계해역이나 관련 규정들은 무슨 의미가 있어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는지 묻는다. 그리고 작가는 이념의 경계가 빚어낸 수많은 희생자, 소외되어 짓밟힌 개인들의 삶에 집중한다. 경계가 만들어낸 해로를 추적하여 팩트로 남겨진 부분에 대한 정확한 보고와 함께 동시대-동지역에서 체화된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있다.

이지유의 작업은 일견 일상을 담은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이를 염색하듯 지속해서 종이에 물감을 먹인다. 마치 마음속 깊숙이 꾹꾹 눌러 담은 답답함을 종이에 풀어내고 있는듯하다. 작가는 바닷물을 듬뿍 머금은 듯한 종이 위로 배어 나온 수채의 느낌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작품에 보이는 모습들은 자잘한 일상과 역사적 · 현실적 · 물질적인 세계로부터 작가가 선택하고 포착한 순간 들이다.

이번에 전시할 작품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를 가르며 생기는 해로를 따라, 경계 주변에서 부유하고 타자화되는 제주 섬 유민들의 모호한 삶의 자화상을 보여주고자 한다. 페인팅 속 형상들은 모호하고 흐릿하여 나른한 기억의 잔상, 또는 어느 봄날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있는 섬마을 일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호함이라는 한계가 작가에게는 바로 인식의 출발점이 되었고 그러한 관점을 통해 상반되는 장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긴장, 그로 인한 사건들과 이야기들이 드러난다. 공간을 뛰노는 듯한 사람들의 몸, 바다를 향해 손을 흔드는 사람들의 뒷모습, 무지개 및 대기 속에서 출항하는 배 위의 사람들, 그리고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거친 파도의 모습들이 어슴푸레한 형상들 속에서 분명하게 두드러져 나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작업은 “어떤 곳에도 완벽하게 속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욕구불만이자, 긍정과 부정을 가로지르는 불안정한 내적 풍경화”(작가 작업설명 중에서)가 된다.

이지유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제주도민이자 작가로서의 이지유이다. 제주 출신의 활동작가인 이지유가 겪는 소외의 느낌과 일제강점기부터 남북분단이라는 한국의 굴곡진 역사 속 제주가 겪은 타자화의 역사,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철저하게 무시되어 불평등함을 강요받는 개개인들의 경험 사이를 오간다. 2014년 전시 ‘유민 The Migrants’에서 선보인 <군대환(기미가요마루 호)>을 시작으로, 2016년 오사카에 거주하는 양 씨 해녀와 같은 처절하게 경계 주변에 버려진 사적 삶을 조명한 전시 ‘유영遊泳’, 그리고 이번 전시, ‘해로Sea Route’에서는 제주에서 발생한 역사적인 사건들과 개인의 삶을 다룬다. 제주 4.3사건 당시 사라진 죽성 마을에서 부동산개발로 무차별 잘려나가 버려진 나무들을 채집하여 청사진으로 뜨고, 기사화된 역사적 사건 들을 텍스트로 옮기며, 오사카로 이동했던 재일 제주인들의 바닷길을 영상으로 재현한다.

어린 시절 작가의 세계였던 제주는 바다로 둘러싸여 밖으로 한 걸음도 내디디기 힘든 진정 섬이었다. 모든 사건과 이미지들은 그 좁은 장소 안으로 닫혀 있었고, 섬은 그 자체로 완결된 하나의 작은 세계였다. 그간 자신이 발 딛고 서 있는 장소의 과거와 현재, 그곳에서는 모두 알고 있지만 말해지지 않는 것들, 숨겨지거나 서서히 잊히고 있는 것들이 그의 작품 속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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